노인에게는 2남 1녀가 있다. 장남 손순은 가난하지만 효성이 지극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를 모시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았다. 둘째 손기는 아버지와 형의 뒷바라지로 대학까지 마친 터 였다. 더구나 부잣집에 장가들어 고급아파트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노인에겐 이 아파트생활이 몸에 잘 맞지 않는 양복과 같은 것이었다. 손기와 둘째 며느리는 겉보기에는 노인을 조심스레 대하고 공경하는 듯 하였으나 단지 겉치레 예의에 불과할 뿐 진심으로 우러나는 "받듦"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노인은 딸의 집에도 둘러본다. 사위가 공무원으로 천신만고 끝에 겨우 내집 마련을 한 딸의 가계도 어려웠다. 노인은 어느때처럼 공원벤치에 나온다. 문득 돌종 이야기를 생각한다. 신라때 한 분 뿐인 어머님을 모시기 위해 자기 자식을 땅에 묻으려 했던 손순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