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미상의 인물 'ㅎ'은 가상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해천에 나타난다.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을 시간과 공간속에서 유폐된 'ㅎ'이 몽유병자처럼 환상과 실제, 꿈과 현실 사이를 방황하며 찾아헤매는 과거는 비록 시간의 사태 아래 묻혀 있지만 그의 열망만큼이나 그 시제가 현재화되어 있다. 출구가 입구로 봉해진 폐쇄 공간, 해천은 현재와 과거가 혼재하는 곳이다. 그곳에 때때로 출몰하는 인물들은 과거의 미아들이며 망령들인 듯하다. 과거를 찾아헤매는 'ㅎ'은 현재로부터 유배된 인물이다. 그들은 서로 운명적으로 내통하여 40년이라는 시간의 퇴적층아래 매장되어버린 삶의 비밀을 나누어 품고 있다. 'ㅎ'은 지난 40년간의 헝클어져버린 인생의 실타래를 풀어 얽힌 매듭의 원점을 찾아간다.40년의 시간을 되새김질하여 아득한 기억속의 샘을 찾아 과거로 떠난 'ㅎ'의 목적지는 실은 구원의 원형, 낙원의 원형인 듯하고,'ㅎ'의 이러한 퇴행적 여정은 구원을 향한 성지순례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가 종국에 가서 당도한 성단에는 그의 낙원과 지옥이 함께 자리하고 있음을 'ㅎ'은 목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