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오후, 인테리어 코디네이터인 수인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벼룩시장에서 괴짜 영화감독 하성우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이며 완벽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매사 철저한 수인에 비해 몇 해째 작업을 쉬고 있는 하성우는 일상생활에는 무신경해 보일 정도로 털털한 성격이다. 첫 만남부터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성우의 적극적인 프로포즈로 매일 매일 데이트를 하며 예쁜 추억을 만들어 나간다. 가을이 깊어갈 무렵, 수인과 성우는 아기자기한 갈등을 접어두고 평화로운 지리산 여행길에 오른다. 여기에서 수인은 문득 성우와의 사랑에 너그러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비로소 편아한 마음으로 잠자리를 함께 한다. 하지만 성우는 격식을 갖추지 않은 구혼으로 수인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서울에 도착한 이들은 감정의 앙금을 풀지 못한 채 결별을 고한다. 시간이 흐르고 홀로 서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들여다본 수인과 성우는 서로를 못내 그리워하지만 재회란 그리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