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비가 연일 내리는 한적한 호숫가 별장에 머물고 있는 정회장.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굶기를 밥먹듯하며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재벌의 총수가 되었지만 지금은 노동자들의 격렬한 쟁의를 피해 숨어있는 처량한 신세다. 술로 고통을 잊어보려 하지만 꿈에까지 찾아드는 성난 노동자들 때문에 잠자리마저 편치 않다. 더구나 마치 자신의 죄를 심판이나 하듯 천둥을 동반한 폭풍우까지 내리치자 그는 극도의 불안상태에 빠진다. 다급하게 은밀하게 숨겨뒀던 비자금을 챙기는 정회장. 그러다 자신을 원망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대자 공포에 질린 그는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칼을 빼든다. 한편 정회장의 충직한 운전사 김씨는 인근 형무소에서 두 명의 흉악범이 탈옥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회장의 신변을 염려해 폭풍우를 해치며 별장으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