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군에서 제대한 찬우. 오랜 친구인 유라를 찾아가 반가운 해후를 하는데, 그는 자신을 기다리던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선희라는 여자에게서 온 편지.. 입대 전, 호남선 상행 열차에서 만났던 소녀, 선희.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하고, 다시 만나 분식집, 카레이스 경기장에서 함께 했던 기억들... 찬우는 선희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바로 그녀에게서 온 글이다. 그런데 편지는 뜻밖에도 선희의 유서였다. 입대 전날, 선희의 현실을 알게된 찬우에게 선희가 남긴 것은 한 장의 편지... 세상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따스함을 느꼈다는 선희가 자신의 유골을 고향땅에 뿌려달라는 부탁이 담긴 단 한장의 편지뿐이다. 찬우의 기행은 이렇게 시작된다. 새벽기차를 타고, 선희의 고향을 찾아 나선 찬우는 만감이 교차한다. 언젠가 선희를 따라가 봤던 고향은 참 멀고도 먼길이었다. 찬우는 어느새 선희와 함께 와보았던 대홍사 자락의 산장에 이르게 된다. 시간이 정지해버린 듯한 그곳의 분위기에 매료되던 찬우는 묘한 분위기의 한 여인과 만나게 된다. 어두운 기억속의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진경이라는 이름의 그 여인은, 한때 그녀의 새로운 희망이기도 했었던 사내 밑에서 자신의 운명을 자학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