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아파트에 갑자기 찾아든 엄마는 잊고 지내던 과거를 건드린다. 엄마에 대한 환멸감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 딸은 불편한 몸으로 불평만 늘어놓는 엄마의 존재가 귀찮게만 느껴진다. 6살박이 아들과 뱃속의 아기, 그리고 마감일이 촉박한 대필 자서전, 거기에 남편의 갑작스런 출장으로 모든 일상을 짊어져야만 하는 바로 그 순간에 엄마는 또 하나의 짐으로 다가온 것이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사랑받아본 적이 없었다. 한때 그런 엄마를 동정하며 엄마의 고운 자태를 사랑하기까지했던 딸의 마음은 아버지가 임종하는 순간, 마요네즈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던 엄마의 모습을 보고 환멸감으로 바뀐다. 그때부터 엄마와 딸 사이의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가고, 딸은 자신이 엄마가 되고난 후에도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의 머리맡에 놓인 여러개의 약봉지 앞에서도 딸의 마음은 좀처럼 돌아설 줄 모른다. 바쁘다며 얘기 한마디 따뜻하게 건네지 않는 딸이 원망스러운 엄마. 다른 엄마처럼 자신을 챙겨주지는 못할 망정 칭얼대기만 하는 엄마의 존재를 지우고 싶은 딸. 과연 평생을 두껍게 쌓아온 이 모녀의 갈등은 언제쯤 끝이 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