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강도, 살인... 우편 배달부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것들... 자그마한 체구에 큼직한 우편 가방을 짊어진 로이. 그의 모습은 낡은 아파트에서 공사소음을 들으며 혼자먹는 차가운 통조림처럼 작고 쓸쓸하다. 공허한 동료들의 놀림과 반복되는 배달의 일과(日課). 무미건조한 생활들로 가득해 보이는 그의 삶에서 특별한 사건이 있다면 자신이 배달해야 할 남의 편지를 은밀하게 훔쳐보는 즐거움 뿐... 어느날 편지를 배달하던 그는 등 뒤로 스쳐지나간 한 여자가 우편함에 꽂아 놓은 열쇠를 발견한다. 며칠 전 책방에서 책을 몰래 훔쳐가던 리네였다. 열쇠를 뺏어들고 머뭇거리던 로이는 이윽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들 - 향수, 옷, 음식, 그리고 사진들... 물끄러미 바라보는 로이의 표정엔 처음으로 어떤 셀레임이 엿보인다. 그때 때마침 걸려온 전화... 전화기에서 리네를 협박하는 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로이는 억제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며칠 후, 리네의 아파트를 다시 찾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 그녀를 발견하여 간신히 구해낸다. 자신을 살려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리네의 일상을 훔쳐보던 로이는 그녀가 얼마전 있었던 강도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사실을 알게된다. 뜻하지 않은 사건, 뜻하지 않은 사건에 얽히게 되는 로이. 그러나 자신처럼 쓸모없게 느껴지는 '정크 메일'을 몰래 버리고 아파트에 숨은채 남의 편지나 훔쳐보던 그에게 자살, 살인, 강도 ... 그리고 사랑은 너무나 벅찬 것들이다. 하지만 오히려 외로운 우편 배달부 로이에게 작은용기가 생겨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