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산사, 혜연은 법당 안에서 잠이 들어 있다. 밤새 첫눈이 내린 산사는 하얗게 변해 있고 방안엔 혜연이 만들어 놓은 목도리와 어린 딸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길을 떠나는 모녀. 혜연은 눈길 위에서 환영처럼 딸을 잃어버리고, 지나왔던 길 위에 남겨져 있는 목도리를 본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보는 혜연, 지나왔던 길 위엔 눈이 내리지 않았다. 산사로 돌아온 혜연, 어린 딸의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올려지고 있던 법당 안에 잠이 든 자신의 현재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