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영화과 교수인 '김'. 학생들에게 영화란 자신의 이상을 펼쳐보이는 무대라고 가르치지만 현실은 꿈만 꾸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영화과 졸업 후 막막한 현실과 부딪쳐야 할 학생들 앞에서 가르치는 일도, 영화만드는 일도 자신을 무겁게 만들기만 한다. 그런 '김'에게 영희는 휴식처같은 존재. 구속하지 않는 관계가 지속될 것 같았으나 영희가 가족에게 '김'을 애인으로 소개시키길 원하자 '김'은 이런 상황들이 부담스러워진다. 영희의 고향집으로 가는 내내 지리한 싸움을 하던 '김'은 여관방에 영희를 홀로 남겨둔채 돌아와 버린다. 영화도 사랑도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김'은 어릴적부터 어렴풋하게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새'를 떠올린다.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양, 새의 이미지에 집착하는 '김'. 어린시절 새와 가장 가까이 있던 주남저수지 근처를 다시 찾지만, 새는 사라지고 낡은 건물만 삭막하게 남아있다. 쓸쓸히 발길을 돌리는 '김'은 영희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새들도... 자기가 그린 지도에 따라 움직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