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경쟁논리에 기반한 입시위주의 교육체계, 무조건적인 순응을 강요하는 군사주의 문화, '왕따'문화로 대변되는 이기심과 비인간주의. 어느 여학교의 한 수업, 즉 해부학 과목의 수업 시간에 벌어지는 살벌하고 끔찍한 해프닝을 통해서 <해부학시간>은 지금 우리가 앓고 있는 이러한 총체적 문제들을 되돌아보도록 한다. 현대식 건물에 개량 한복을 입은 학생과 낡은 스타일의 전화기를 등장시키는 등 고의적으로 정확한 시대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시간성을 흐려놓음으로써 하나의 알레고리적 공간을 획득하는 <해부학시간>은 여고괴담의 상상력을 한계까지 급진적으로 밀어붙인 작품이다. (해부학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