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일본. 사쿠라이는 무료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남자다. 한겨울의 어느 날 밤, 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고 집에 돌아온 그 앞에 긴 일본도를 뽑아든 네 명의 낯선 그림자가 나타난다. 히지카타 토시조, 쿠사카 겐지, 나카무라 한지로, 나카오카 신타로. 이들은 모두 혼란스러웠던 에도 막부 시대의 종말과 함께 역사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전설 속의 사무라이들이 아닌가! 사쿠라이는 겁에 질린 채로 그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당신이 사쿠라이라면 그들에게 뭐라고 말할 것이며, 어떻게 현대를 설명할 것인가? 무엇에나 무감동한 현대인에게는 ‘광기’로 보일지도 모르는 ‘열정’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영화. 난데없이 과거에서 날아온 사무라이들이 등장하는 <남자들의 광기>는 그들이 어떻게 과거로부터 올 수 있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네 명의 사무라이는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일본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름들이다. 막부가 무너지고 메이지유신이 일어나던 역사의 격동기에 그들은 자신을 불꽃처럼 태워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나카오카는 메이지유신의 주역인 사카모토 료마의 심복이었고, 히지카타는 유신지사들을 암살하던 신센구미의 창립자이다. 과거에는 적이었던 그들은 이제 140년 후의 동경에서 미래의 일본을 본 후 당시 서로의 운명과 입장을 이해하며, 자신들의 죽음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들의 후손인 사쿠라이에게 묻는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꿈도 열정도, 미칠 수 있는 무언가도 없는 사쿠라이에게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다. 당신은 무엇에 광기를 갖고 있는가? 그것은 21세기의 일본 젊은이들을 향한 물음이기도 하다. 후손에게 이런 의미 있는 충언을 던지는 사무라이들은 영화에서 마치 팬서비스처럼 딱 한 번 멋진 칼솜씨를 보여준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