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영화 산업의 가장 중심에 서 있는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 감독의 표현을 빌면 <베이통>은 물밖에 나온 물고기 이야기다. 어린시절부터 절에서 자란 타이 승려 뚬의 도시체험기 혹은 성장담이라 할만한 이 영화는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작고 소박한 세계를 담고 있다. 나이는 27살이지만 7살 먹은 조카보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더 없는 뚬은 엄마 잃은 조카를 돌보고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주기 위해 베이통으로 왔다. 그러나 평생 절에서 수도만 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아름다운 이웃집 여자 린과 조카 마리아의 도움으로 ‘계몽의 길’과 ‘유희의 길’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 뚬의 과정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가 속성으로 세상에 대해서 배우는 단기코스와도 같다. 그것은 부다의 삶을 세속적 일상에 연결시키려는 감독의 시도이기도 하다. 시종일관 난처해 하거나 어리둥절해 하는 젊은 승려는 이 영화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기운을 만들어 내는데, 그 기저에는 어떤 삶의 방식을 우위에 두지 않는 유연함이 있고 삶의 즐거움조차 고통 속에 있는 것이라는 종교적 인식도 깔려있다. <베이통>은 인간의 선의를 믿으면 삶은 노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귀여운 인생 예찬가다. (2004년 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