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야지트 레이(Satyajit Ray)의 1970년작 <숲속에서의 낮과 밤>은 도시출신의 4명의 젊은 남자들이 휴가동안 팔라마우의 정글속을 방랑하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새천년이 되어 그 영화속의 주인공들은 숲속에서 다시 한번 기억을 되짚기 위해 숲을 찾기로 한다. 그들 중 한명은 이미 사망하였고, 다른 한명은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번 여정에는 그들의 배우자와 자식들도 동행한다. 그리고, 세 명의 주인공은 숲속에서 과거를 되살리려 한다. 그러나, 죽어가는 사람에게 있어 숲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부산국제영화제 소개 자료(김영진). <숲 속에서 다시 한 번>은 인도의 저명한 감독 샤트야지트 레이의 1969년 작품 <숲 속에서의 낮과 밤>의 속편 격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감독 고탐 고쉐는 샤트야지트 레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와중에 레이의 <숲 속에서의 낮과 밤>의 속편 제작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레이의 영화에서 네 남자가 문명세계와 선을 긋고 자연에서 평화를 얻으려 했다면 <숲 속에서 다시 한 번>에서 주인공들은 나이를 먹은 채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다시 한 번 숲에서 자기네 인생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그들 주변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들의 친구 한 사람은 이미 죽었고 또 다른 친구 한 사람은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숲 속에서 다시 한 번>화에는 레이의 전편을 감쌌던 무구한 삶의 기운, 파괴된 전통과 현대적인 삶의 형태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던 주인공들이 자연의 품에서 과묵하게 명상하는 듯한 분위기가 없다. 대신 이 영화에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 찬 여행의 정조가 강하게 화면에 배어난다.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그래도 인생은 여하튼 잔치 같은 것이 아니겠느냐는 연출자의 낙관이 한때는 젊었으나 30년이 흐른 지금 늙게 된 주인공들의 모습으로부터 따뜻한 여운을 끌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