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의 한 재래식 시장, 물건과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시장의 모습이지만 알고 보면 이곳은 결핍의 정서가 넘쳐흐르는 곳이다. 형제인 세노와 비모, 아시는 엄마가 없고 린두는 화재로 부모를 잃고 지금은 입양되었다. 파라는 아버지의 정을 잃었고 마을 전체는 사원의 돔이 없는 식이다. 린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연극의 막처럼 구분되면서 시장 사람들 모두가 서로 힘을 모아 결핍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부드러운 조명과 셋트 촬영은 그 느낌을 물씬 더해준다. 시장의 거의 모든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감독은 시장 구석구석, 개개인에게 벌어지는 사소한 에피소드를 빠짐없이 묘사하면서 때로는 인생의 연륜을 때로는 슬픔을 때로는 웃음을 전달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가난, 종교분쟁, 소외 등 인도네시아 사회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상황들, 그 결과 고통 받는 사람들, 심지어 문제까지 푸근하게 포용하며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가린 누그로호의 관록이 느껴지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