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막스의 이름에서 따온 조그만 마을 마르스(Mars)는 과거 소비에트 시절 장난감 생산의 본거지였지만 이젠 그 명맥을 다한 곳이다. 기차가 도착할 때마다 실업자 신세인 주민들은 봉제 장난감을 팔아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기를 쓴다(또한 마르스는 이 조그만 마을에 존재하는 유일한 극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어느 날 천하 ‘무적의 보리스’라 불리우는 대머리 복서가 자신의 과거에서 도망치기 위해 기차를 탔다 우연히 마르스에 내린다. 그는 이곳에서 무료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름다운 도서관 사서 그레타와, 그녀를 사랑하는 그레고리를 만나게 되고, 보리스로 인해 이들의 삶은 영원히 바뀐다. 에밀 쿠스타리차풍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저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은 러시아의 현실을 동화적으로 은유하고 있는 환타지풍의 영화이다. 하늘로 날아가는 신부, 화성을 닮은 듯한 안개 낀 마을의 풍광. 비에 젖자 빗물에 번지는 색칠한 신발의 물감들. 영화는 젊은 여성 감독인 안나 멜리키안의 대담한 상상력과 올레그 루키체프 촬영 감독의 정교한 촬영술에 힘입어 몽환적이면서도 쓸쓸한 러시아의 외딴 마을을 풍부한 색감과 또렷한 시각적 이미지들로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