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젊은 감독 린쳉솅의 영화로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 PPP의 선정작이다. 1960년대 대만의 어느 지방. 매력적인 여인 바오차이는 딸 시랸을 키우며 산다. 막 초등학교 선생이 된 시랸은 친척인 남자와 결혼을 선언하지만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인 바오차이는 이에 강하게 반대한다. 상심한 시랸은 같은 학교 선생인 추쳉에게 의지하면서 점차 그에게 끌린다. 그러나 다른 곳에 부임한 추쳉의 편지를 가로 채 몰래 읽던 바오차이가 남성의 사랑에 매혹되면서 어머니와 딸의 밀고 당기던 관계는 예상치 못한 파국으로 향한다. 일본식 가옥처럼 정리된 그들의 표면적인 관계와 그 아래로 흐르는 두 여성의 욕망을 담아내는 영화는 타이페이를 벗어난 주변부에서 베르히만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극적인 심리물이 된다. 이 영화는 풍경이다.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개인과 환경이 스스로를 발견하고 구성하는 장소. 린쳉솅은 반정부 활동으로 감옥에 있는 남편의 존재와 중국에서 건너온 추쳉의 개인사를 끌어들여 모녀의 가족사를 60년대 대만 사회의 정치, 심리적 지형 위에 포개어 놓는다. 고립과 소통, 단절과 그리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정치적 관계들, 그리고 여성의 역할과 심리. 이렇게 다층적인 이야기가 사려 깊은 연출에 담겨 있다. 바오차이의 내면을 담아 낸 양궤이메의 연기가 영화를 내려 보는 달빛처럼 부드럽게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