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의 상처를 입고 시노스케를 찾아왔던 하루코는 다른 사랑을 찾는 순간 그를 떠나버림으로써 음식의 취향으로 그녀와의 운명을 점쳐보던 시노스케를 실망시킨다. 사랑하는 상대를 찾아내고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그들에게 실연은 삶 전체를 흔들어놓는 상처로 되풀이 된다. 실연은 개인에게 고통스러운 감정의 순간이고 그 고통이 육체의 질병에 의한 것보다 덜한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일상을 유보한 채 다른 공간에 격리되어 완쾌를 기다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특히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을 여전히 숙제로 남겨둔 채, 연애를 사명처럼 안고 살아가는 현대도시의 이십대 들에게 실연의 고통이란 또래 집단에게서만 진지한 사건으로 공유되고 위로 받아 마땅한 고통으로 인식될 뿐, 보잘 것 없는 일상은 여전히 이어지고 새로운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