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한 배경 앞에 이름이 소개되고 무용가가 등장한다. 차례차례로 이어지는 스페인집시의 영혼을 일깨우는 듯한 그들의 춤은 단순하지만 기품 있고 우아하다. 그들의 에피소드들은 개연성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무수한 감성을 뒤흔드는 힘을 보여준다. 공연의 준비과정과 리허설, 그리고 춤의 탄생까지 카메라는 열정과 독창성이 가득한 춤의 세계를 여행하고 관객은 화이트스크린과 거울, 화려한 조명들이 난무하는 창작의 세계의 증인이 된다. 평생을 스페인의 영혼과 무관한 영화를 만든 적이 없는 카를로스의 사우라의 이번 영화 역시 스페인의 저명한 음악가 아이작 알베니즈를 기념하며 만들어졌다. 후기에 접어들며 정치적인 주제보다는 스페인의 춤과 음악에 담긴 영혼을 탐구했던 그는 이미 <탱고> <카르멘> 등을 통해 춤과 음악에 대한 그만의 해석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영화 역시 열정적인 플라멩고과 클래식, 현대무용이 혼재되어 있는 독특한 영화이다. 그리고 <이베리아>는 스페인의 춤과 음악이 배출한 세계적인 스타들을 만나는 드문 기회를 주는 영화이다. 스페인 국립발레단의 아이다 고메즈는 물론, 국제적인 스타 사라 바라스, 안토니오 카날스 등이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엔리코 모렌테의 음악에 맞추어 숨막히게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