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촬영감독, 시나리오 작가로 태국 영화산업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라 말리쿤 감독의 두 번째 영화. [틴 마인]은 대학에서 퇴학당하고 삶의 두 번째 기회를 주석광산에서 맞이한 한 남자의 4년을 그리고 있다. 아르친 판자반의 자전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다 큰 어른의 성장담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시종일관 노동현장에 시선을 두면서도 땀냄새와 고통스런 신음 대신 그들의 유희와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미끄러지고 엉덩방아를 찧고 노래 부르고 웃고 마시는 동안 도시에서 온 ‘소년’은 어느새 까맣게 그을린 ‘남자’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강과 진흙탕, 태양과 비, 노동과 놀이, 사랑과 실연이라는 단순한 삶의 리듬에 온 몸을 내맡기고서야 비로소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이기도 하다. 이 단순하고도 시적인 통찰에는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도 깔려 있다. 태국의 1940년대는 그런 시대였던 것이다. 유쾌하고 활기에 차 있는 노동자들의 일상을 대중영화의 어법으로 포착한 이 영화는 성숙은 스스로 몸을 움직일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휙휙 소리가 들리는 듯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주인공의 내레이션과 경쾌한 대중음악의 선율에 실려 1940년대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한 인간의 삶을 아름답고 즐겁게 반추하게 한다. 태국 대중영화의 발걸음은 참 빠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