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형국은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대학 시절 문학도였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졸업 후 딱히 하는 일이 없다. 고작해야 주택복권을 사서 자동응답시스템에 자동응답유무를 확인하고 대기업에 입사원서를 내놓고 합격여부를 기다릴 뿐이다. 컴퓨터 앞에서 글도 쓰고 신인 작가상에 공모작을 내기도 하며 혼자 극장에도 간다. 지하철 구내를 걷다가 경찰들에게 불심검문도 당하고 친구의 전화를 받고 술집으로 달려가 옛날 얘기에 저녁을 보내기도 한다. 답답하면 삐죽이 삐쳐 나온 앞머리를 자른다. 어느 날 술을 먹던 그는 불현듯 친구에게 애써 결의를 감출 때 그렇듯이 청년들은 톱밥같이 쓸쓸해 보인다 라고 쓴 시를 보여준다. 하지만 친구는 이 구절이 기형도 시의 일부임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