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동떨어진 숲에서 덫을 놓아 동물을 사냥하며 살아가는 청년 마렉. 전쟁 중이지만 불구인 아버지를 홀로 두지 않기 위해 징집을 기피하고 숨어 지낸다. 감시의 눈을 피해 몰래 사냥하던 그는 덫에 걸려 부상당한 여군 마르타를 구해내 집으로 데려와 간호하게 되면서, 운명의 덫에 걸려든다. 마르타는 이기심과 순수함, 선과 악의 구별이 불분명한 인물로서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터리를 부여하는 존재이다. 대사가 거의 없는 영상은 적군 스파이 마르타와 아버지와 아들 세 인물의 심리적 갈등 관계를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를 구성하는 사랑, 욕망, 죽음, 생명이란 요소들의 명료함은 단순미와 절제미를 돋보이게 한다. 인물과 동물의 익스트림 클로즈업, 평화롭고 아름답지만 공포감을 자아내는 자연의 풍경, 비디오 영상, 정지와 운동의 영상 등, 폭력적일 만큼 강하고 다양하고 정확한 영상미의 추구는 침묵과 음향효과와 어울려, 극적인 긴장감을 빈틈없이 유지한다. 이 심리드라마의 또 하나의 강점은 영화학교 학생의 졸업작품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재능과 역량을 거침없이 발휘함으로써, 여성감독의 촉망되는 미래를 약속한다는 것이다(이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