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특성상 이곳저곳 떠돌며 살아가는 한 청부살인 업자와 어린 콜걸의 눈먼 사랑 이야기. 어느 맑은 아침 날, 새로이 머물 곳을 찾고 있던 이 둘은 지나던 길에서 아주 싼 값의 스튜디오 임대 전단지를 우연히 보게 된다. 밤과 낮을 나누어 그 중 12시간만 머물 수 있는 보기 드문 스튜디오이지만, 낮에 대부분의 청부수행을 하는 킬러와 밤에 주로 일을 하는 콜걸에게 그리 나쁜 조건만은 아닌 듯하다. 일이 없을 때에는 집 근처의 한 카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그 둘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같은 스튜디오에서 살지만 서로를 만나 본적이 없는 그들, 직업의 특성상 우연한 만남조차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과에 지친 그들을 어김없이 맞이하는 것은 단지 서로가 남기고 간 방안의 흔적과 체취뿐. 하지만, 그들의 무미건조한 삶에 이러한 이성에 대한 흔적들은 신선함 그 이상의 무엇으로 다가오고, 이미 서로에 대한 궁금증은 커진 가운데 그 애정 또한 점차 깊어만 가는데... 자신들의 삶에 주어진 그 이상의 것을 갈망하며 이 두 젊은이는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그들의 삶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