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다]의 도입부에는 스페인 투우사가 자살을 시도한다. 이어서 벙어리이자 귀머거리 남자 1명과 마약중독자 2명이 3인조를 이루어 한 여자 백만장자의 개를 납치하려고 하나 실패한다. 마음 좋은 동물애호가, 편집증을 보이는 부자, 갑자기 등장하는 코끼리, 남자 셋이서도 옮기기 힘든 무게의 여인 아비다, 뭔가를 먹고 있는 입의 반복 클로즈업 등 온갖 요소들이 엉뚱하면서도 흥미롭게 뒤섞이면서 전개된다. [아비다]는 귀스타브 케르벤과 브누아 들레핀의 두 번째 장편으로, 전작인 [아알트라]에 이어 두 감독이 배우로 출연한다. 대부분 흑백으로 촬영되고 대사가 극히 절제되어 사용된 이 요약하기 힘든 영화는 리얼리티와는 상당히 먼 작품이다. 논리와 상관없는, 혹은 논리로 설명하기 힘든 장면들로 엮어진 매우 도발적인 영화로, 중간에 불쑥불쑥 개입하는 화면들은 충격적인 동시에 유쾌함을 선사한다. 달리를 연상시키는 제목과 투우사를 연기한 페르난도 아라발의 출연 등 초현실주의에 대한 오마주가 곳곳에 새겨진 엉뚱한 수작.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