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누가 요니를 삽으로 때렸나]에 이어진 옌스 리엔의 이 블랙 코미디는 유토피아적인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은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하고 없어진 팔다리가 놀랍게도 다시 자라나며 주인공 안드레아에게 완벽한 아내와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축복을 내린 곳이다. 그러나 문제는 안드레아 자신이 도대체 어떻게 그곳에 오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과 이제 더 이상 그곳에 머물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다. 스칸디나비아 사회 풍자를 한 축으로 하는 베케트적인 SF 영화 [성가신 남자]는 사실 미래가 아닌 현재의 세계를 신랄하게 파헤치는 영화다. 옌스 리엔은 우리의 풍족함이 어떻게 무관심과 단절, 그리고 감정적인 공허를 만들어내는지 분명히 보여준다. 감독 자신의 말처럼, “이 영화는 모든 것을 가진 세계의 총체적인 외로움을 묘사하고 있다. 사실 이 세계가 가지고 있는 것은 그 외로움뿐이다. 이 사회는 완벽을 추구하다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공포스러운 만큼 코믹하고, 익숙한 만큼 낯선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