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영화의 새로운 핵심으로 떠오른 브리얀테 멘도사의 신작. 마닐라 빈민가의 삶을 날 것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전작 [입양아 Foster Child] 처럼 들고찍기의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었던 브리얀테 멘도사는 이 작품에서 디지털영화의 미학을 진화시키고 있다. 선거와 부활절에 겹친 시기, 소매치기와 절도, 강도 등 범죄가 일상이 되어버린 필리핀의 하층계급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방식으로 담아낸 이 작품의 도입부는 [입양아]의 도입부와 유사하게, 좁고 긴 골목을 들고찍기 카메라가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영화 전반을 차지하는 이 들고찍기는 빈민가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에 있어 가장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빈민가의 처절한 삶과는 무관한 듯이 부활절 행사는 성대하게 열리고,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서민들에게 선물공세를 편다. 브리얀테 멘도사가 ‘절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충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