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필리핀영화가 배출한 최고의 수작으로 손꼽을 만한 작품. 빈민가에 사는 델마의 가정은 버려진 아이들이 입양되기 전까지 돌보아 주는 위탁 가정이다. 오늘은 세 살 난 존존이 미국인 가정에 입양되는 날. 빈민가에 위치한 델마의 좁고 낡은 집에서 출발한 카메라는 좁고 길다란 골목길을 지나 입양절차를 밟기 위한 델마와 존존의 하루를 따라가며, 존존을 입양하는 미국인 부부가 머물고 있는 고급스러운 호텔방에서 끝을 맺는다. 델마에게는 항시 있는 일이긴 하지만, 여전히 입양아와 헤어지기란 쉽지가 않다. 브리얀테 멘도사는 다큐멘터리와 허구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방식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카메라 워킹과 이야기의 전개를 꾀하고 있다. 아울러 입양아에 대한 관객의 정서에 호소하면서도 필리핀 사회의 빈부격차와 사회복지 문제를 신랄하게 꼬집는 것을 잊지 않는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