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엘라는 한때는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흉물스러워진 저택에서 유일한 말동무이자 친구인 충견과 함께 살고 있다. 비록 늙고 외로운 노인일지라도 자존심과 위엄을 잃지 않는 그녀는 이 퇴색한 저택과 많이 닮아 있다. 생의 화려한 순간들은 가고 죽음이 머지않은 그녀의 일상에서 아들이 가끔씩 걸어오는 안부 전화는 유일한 기쁨이자 기다림이다. 반면 자신에게서 아들을 빼앗아간 며느리나 이기적이고 철없는 손녀, 시시때때로 그녀의 정원을 넘나드는 이웃집 음악원 원생들은 그저 성가시기만 하고, 그들 역시 아니엘라를 고집 세고 괴팍한 노인네로만 여긴다. 영화의 각본은 아흔을 넘긴 폴란드 여배우 다누타 샤플라르스카를 위해 쓰여졌으며, 실제로 영화를 이끌어 가는 그녀의 힘은 나이를 초월해 놀랍기 그지없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영상 속에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서정시처럼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