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교사 언주는 가난이 지긋지긋하다. 고시원에 거주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언주의 소망은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이다. 그녀는 시간이 나면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 들려 구할만한 집을 알아본다. 그러던 어느 날 부유촌의 큰 집에서 노숙자가 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 곳은 석희라는 중년의 여인이 홀로 사는 집이었다. 언주는 석희가 가진 것을 은근히 부러워하지만 석희야말로 외로움이 가득한 인물이다. 석희는 자신을 구해주었던 노숙자를 위해 항상 식탁에 밥상을 차려둔다.버지니아 울프의 유명한 에세이 <자기만의 방>을 연상시키는 고태정 감독의 첫 장편영화는 위태롭고, 외롭고, 상처받은 여성들의 삶과 욕망을 방마다 채워 보인다. 그것은 결코 손쉽게 채워질 수 없는 갈등과 상처를 지니고 있다.집을 사기로 결정한 언주는 남자 친구가 교통사고를 내면서 위기에 봉착하고, 석희는 새로운 연애 감정을 경험하면서 자살의 충동을 느낀다. 각자의 방에 갇혀 있는 여성의 목소리는 낮고도 지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