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품팔이로 연명하는 만년 조감독 성훈(오창경). 그는 여행 중 만난 태국 여성 팬(조하영)과 사랑에 빠진 후 한국으로 돌아와 살림을 차리고 결혼식을 올린다.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국경과 언어의 장벽 그리고 가난 모두 두 사람의 유대감 앞에선 유명무실해 보인다. 하지만, 인종과 언어의 이질성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한국 문화는 그녀를 ‘방에만 콕’ 박혀 지내도록 이끈다. 자신의 순진했던 ‘코리안 드림‘이 미궁에 빠져들고 있음을 분명히 깨닫는 팬. 그녀의 생각은, 정말이지, 찡찡 막막, 순진했다. 결국, 팬은 짐을 싼다.
성훈은 팬이 떠나버린 단칸방에서 비루한 자신의 처지를 자위하며 오열한다. 아내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방콕에 도착한 성훈. 그는 그녀와 공원을 산책하며 무던히도 애쓴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성훈은 팬의 상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시방, 두 사람이 한국과 태국을 오가며 나눈 짧은 사랑의 여정은 저만치 달아나는 중이다.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