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석 : 내가 배우일까? 나이 30. 명문 연극과를 졸업했지만 보는 오디션은 족족 떨어지고 학생 때 운 좋게 찍은 한 편의 영화로 배우 명함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연기 과외를 하고 형 회사 일을 도우면서 사는 상석. 의지는 강하나 사람들은 그를 찾아주지 않고 가족들조차 그가 배우인 걸 자꾸 잊어버린다. 과연 나는 배우이긴 한 걸까?
미소 : 나 뭐 하고 살아 온 거지? 어느덧 여배우로서 적지 않는 나이인 26.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하며 살아왔지만 여전히 안개 속을 걷는 것만 같다. 예쁘다고 박수 받던 어린 시절이 지나고 요즘은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것도 그저 자기를 위로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나름 잘 나가시는 선배로부터 "너는 남자랑 안자고 다녀서 연기가 저질이야" 라는 말까지 들었다. 참 나 뭐 하고 살아 온 거지?
숨기고 싶은 원나잇 섹스와도 같은 둘만의 영화
상석의 친구이자 미소의 남자친구인 정우는 미소가 "그만 헤어지자" 라고 하자 그 앞에서 왁스를 마시고 자살시도를 한다. 전화를 받고 응급실로 달려간 상석은 힘겨워하는 미소에게 "다른 남자 만나도 돼" 라고 얘기한다. 그런 상석을 보고 미소는 "나 오빠가 진짜 좋아" 라고 얘기한다. 출구가 없어 쌓여만 가던 욕망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상석은 미친 놈처럼 정우에게서 미소를 빼앗는 시나리오를 쓰고 미친 놈처럼 미소에게 함께 영화를 찍자고 얘기한다. 내심 정우만 벗어버리면 한껏 가벼워질 거라 생각했던 미소는 상석에게 속마음을 들킨 것만 같아 심한 수치심을 느낀다. 가식과 진심, 일상과 일탈 사이의 애매한 연기들. 둘은 과연 함께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