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빤스 벗고 덤벼라> 감독의 사인과 함께 카메라가 돌아가고, 하얀과 남자 배우의 정사장면이 시작된다. 정적 속에 울리는 배우들의 신음소리. 그러나 잠시 후 화면에 팬티가 보인다는 촬영감독의 말에 감독이 '컷'을 외치고, 동시에 모든 스태프의 시선이 하얀의 팬티에 고정된다. 짧은 시간에 스타가 된 에로 비디오 업계를 떠나, 더 이상 옷을 벗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충무로 예술 영화에 캐스팅된 하얀. 그러나 촬영장 분위기는 그녀의 기대와 다르다.
<밤의 이름> 택시기사 안성일은 잃어버린 택시를 찾아 헤매지만 계속 허탕을 친다. 지친 그는 사라진 아내와의 추억이 남아 있는 모텔을 찾아갔다가, 그곳에서 한 소녀와 마주친다. 한편 견인 차량 보관소에서 발견된 그의 택시 속 등록증에는 사라진 동료 기사 서경철의 사진이 붙어 있다. 자신의 신분을 위조하고 택시까지 복제한 서경철을 추적해 도착한 심야 이발소에서 안성일은 얼굴을 성형한 자신의 아내가 서경철과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된다.
<진싱파일> 컬러 화면 속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낯선 곳에서의 만남과 성체험,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고독. 반면 흑백 화면 속 '그'는 두 손을 초조하게 비비면서 말 없이 수심에 잠겨 있다. '그'는 긴장된 표정으로 수술대에 눕고, 이제 '그'는'그녀'가 되어 흑백 화면 속에서도 밝게 웃는다. 성전환 수술 끝에 여성으로 살고 있는 중국의 유명한 현대 무용가 진싱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