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연금을 받아가며 10여 년의 시간을 홀로 살아가는 덕만(70)은 2년 전 아들이 사고로 숨진 이후 며느리와 함께 서울에 살고 있는 어린 손주(5)를 가끔 보는 것이 삶의 유일한 낙이 되었다. 어느 날 저녁, 식사 후 TV를 켜 놓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던 덕만은 갑작스레 내려오겠다는 며느리의 전화를 받고 손주를 볼 생각에 한껏 마음이 들뜨게 된다. 다음 날 일찍, 은행에 가 돈을 찾고 덕만은 어린 손주를 위해 장난감과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분주해 진다. 저녁 무렵, 인사하며 들어서는 며느리를 환하게 맞이하던 덕만은 아이가 아파 혼자 내려왔다는 며느리의 말에 크게 아쉬워하며 아픈 아이를 돌보지 뭐 하러 내려왔냐며 며느리를 나무란다. 덕만의 말을 피해 저녁상을 봐드린다며 서둘러 음식을 준비하려는 며느리에게 덕만은 갑작스레 찾아 온 이유를 묻고 며느리(상희)는 새로운 남자와 자신이 곧 필리핀으로 이주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