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아르메니아의 철책 국경이 흑백영상으로 펼쳐지면서 1915년 터키가 자행한 아르메니아 대학살에서 생존한 할머니 아락시의 노래가 도입부 영상을 장식한다. 이윽고 등장하는 마리아. 그녀는 1988년 아르메니아 남서쪽 접경마을 하칙에서 태어났다. 1991년 아제르바이젠과 전쟁이 일어났을때, 그녀의 고향은 전쟁터가 되었었다. 하여 그녀는 국경을 지키기 위하여 떠난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까 늘 불안해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1993년이후 이 지역에서는 냉전이 지속되고 있다. 언제 다시 전쟁이 시작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마리아는 고향에 대하여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전쟁에 노출된 고향에서 살고 있지만 단 한번도 다른 곳에서 태어나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품은 적이 없다. 마리아는 타 지역 접경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싶다. 그녀는 먼저 아르메니아 북동쪽 국경 마을 베르카베를 찾아간다. 이 마을은 적국 아제르바이젠 국경과는 불과 몇 백 미터에 위치해있고, 호수가 국경으로 존재하는 곳이다. 마리아는 총격의 위협에도 아랑곳없이 호수에서 낚시를 하는 주민과 동갑내기 젊은이들을 만난다. 총격이 잦은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두려움과 용기가 동시에 드러난다. 두 번째 마을은 치나리이다. 아제르바이젠 스나이퍼가 쏜 총이 머리를 관통하여 그 휴우증으로 살아가는 세바다의 분노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젠을 나누는 국경은 철책이 없는, 보이지 않는 국경이다. 양 국가의 검문소가 대치하고 수시로 총을 쏘면서 견제하고 있다. 선량한 주민이 납치되어 고문을 받고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는등 마치 한국 전쟁 직후의 분단 상황을 떠올리는 이러한 냉전 상태는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하지만, 그들은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영화는 아르메니아 접경지역의 뛰어난 자연 풍경을 포착하면서, 역설적으로 그러한 풍경이 곧 이 나라가 지정학적으로 고립되어 있음을 묘사한다. 또한 1915년 대학살이라는 역사적인 비극을 겪은 아르메니아 민족은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않다. 학살의 근본적인 원인은 비단 영토 분쟁뿐만 아니라 종교와 인종을 나누는 또 다른 ‘경계’의 분쟁이라는 것을 영화는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