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적한 시골길, 앙상한 나무 한 그루만이 서 있는 언덕 밑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두 방랑자가 고도라는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들의 기다림은 어제 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들 자신도 헤아릴 수 없는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고도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기다림의 장소와 시간이 확실한지조차 분명치 않다. 지칠 대로 지쳐 있는 그들은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린, 지루한 기다림이 시간을 죽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본다.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기 위하여, 여전히 살아 있음을 실감하기 위하여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말을 하는 것이다. 서로 질문하기, 되받기, 욕하기, 운동하기, 장난과 춤추기…. 지루함과 초조, 낭패감을 극복하기 위해 끝없이 지껄이는 그들의 광대놀음, 그 모든 노력은 고도가 오면 기다림이 끝난다는 희망 속에 이루어진다. 그러나 하루해가 다 지날 무렵, 그들의 기다림에 한계가 왔을 때 나타난 것은 고도가 아니라 고도의 전갈을 알리는 소년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거의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