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년이 사찰에 들어온다. 선동은 불법체류자인 어머니가 추방당하면서 남겨져 어쩔 수 없이 절에 들어오고, 선두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며 죽음을 생각하다 자발적으로 절로 들어온다. 머리 깎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사찰의 삶 자체보다는 두 소년의 삶에 보다 주목한다. 피부색도 다르고 자란 환경도 다른 둘은 티격태격 사찰에서 삶을 살아간다. 거칠게나마 서로를 의지하고 이해해갈 즈음 크고 작은 선택들이 온다. 결국 자발적으로 들어온 선두는 절을 떠나고, 어쩔 수 없이 들어와 중학생 3학년이 되면 떠날 거라던 선동은 절에 남게 된다. 삶이란 알 수 없는 것이고, 인연 역시 알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불교 용어를 빌면, 인연은 심어 놔야 거둘 수 있단다. 영화는 두 동자승의 오늘들을 가만히 따라가고 있지만, 어느새 둘을 둘러싸고 있는 안타까운 인연들에 마음이 가면서 걱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아마도 영화와 관객과의 인연 또한 심어지고 맺어진 탓이 아닐는지. (이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