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의 한 여자는 사랑하는 애인이 있었다. 여자의 애인은 육군병장으로 제대를 한 달 앞두고 군부대에서 의문사를 당하였다.
남자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면회를 왔을 때 말했다. “이제 군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어. 조금만 참고 기다려. 무사하게 아무 일없이 남은 군대생활을 잘 끝내겠어. 그리고 우린 결혼을 하는 거야.”
어느 날, 남자의 집으로 흰 마스크를 한 군부대 전령 두 명이 찾아왔다. 유골상자를 들고서. 훈련 중 자살이라고 했다. 군 법률에 따라서 주검은 화장으로 처리했다고 했다. 남자의 부모들은 일찍 체념했다.
그러나 여자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내 애인이 죽을 리가 없다. 더구나 훈련 중 자살이라니? 애인은 제대를 손꼽아 기다렸다. 군대생활을 이겨내고 있었다. 이제 제대를 하고, 결혼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잖은가. 너무나 열렬하게 서로 사랑했다. 남자는 함부로 쉽게 자기 자신을 죽음으로 이끌어 갈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여자는 결심했다. 애인이 자살한 까닭을 자기가 직접 확인해봐야 하겠다고. 여자는 전방 군부대가 있는 남방한계선 가까이까지 간다.
그녀의 차는 애인이 근무하던 군부대를 향해서 북쪽으로, 북쪽으로 내달린다. 왜 갑자기 애인이 죽었는지, 그 정확한 죽음의 사인을 꼭 알아내야만 한다. 여자는 아직 울지 않는다. 울음을 울기에는 아직 아무 것도 확인된 게 없다. 아직 아무 것도, 그 아무 것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