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애니메이션은 모래의 그림자극이다. 미세한 모래는 애니메이터의 움직임에 따라 무한한 형상들을 연출해낸다. 그러나 작업을 해가며 무언가 한계를 느끼는 순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형상들이 모래의 모래스러움을 없애는 것 같다. 모래는 고정의 형상은 없지만 모래스러움이라는 특징까지 없지 않다. 다시 모래를 만지며 모래스러움과 그것과 어울리는 형상들을 막 떠올려본다. 딱히 서사는 없다. 모래의 자유를 느끼고, 모래를 만진다. 이것 같다가 또 저것 같다가.... 모래귀신의 조화에 홀린 듯 무언가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