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세계사를 기획한 상구네는 10년간 여러 나라를 돌며 작업을 해왔다. 광주의 5월 항쟁, 캄보디아 소수부족인 부농족의 삶, 이스라엘 점령하에 살아가는 서안지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네 번째 작업을 시작했다. 내전의 아픔을 겪은 보스니아의 집시에 관한 작업이었다. 1차 촬영을 마친 후 2차 촬영을 준비하던 중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게 된다. 코로나19로 세상은 멈췄고 상구네의 네 번째 작업도 멈췄다. 봉쇄의 시간은 기약 없이 길어졌다. 멈췄을 때 매 작품마다 주인공의 곁을 지켜왔던 여성들의 삶이 보였다. <또 바람이 분다>는 5월 항쟁 기간 주먹밥을 만들어 주었던 아주머니, 고단한 노동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부농족 여성, 점령하에도 삶을 멈추지 않았던 팔레스타인의 어머니들, 그리고 정착했지만 떠나고 싶어 하는 집시 여성들과 함께 어린아이에서 20대 청년이 된 감독의 두 아이는 영화 속에서 성장의 모습을 보인다. 그들과 상구네는 어딘가 닮은 듯 교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