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고등학생 지원은 시험이 끝난 후 돌아가는 길에 몸이 불편한 학교 친구 현지가 휠체어를 타고가다 넘어지는 것을 보고 말을 건다. 두 사람은 평범하지만, 마냥 평범하지만은 않은 오후를 함께 보낸다. 영화는 장애를 가진 이와 그렇지 않은 이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에 주목한다. 특별히 악의나 편견이 없더라도, 나와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원의 캐릭터를 통해 감독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오해로 이어질 수 있는 그 시도 자체에 관심을 기울인다. 끊임없이 말을 하는 지원과 대비되는 현지의 무표정이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벽을 가늠하게 해 주며, 아슬아슬하게 어긋나는 듯 보이는 두 사람의 감정선을 통해 감독은 그 모호한 시작의 순간을 포착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