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를 좋아하는 해연(여)은 매일 바닷가로 나간다. 하지만 해연은 태어나서 한 번도 파도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해연은 선천적인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해연은 조용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느낀다. 바다의 푸른색을 좋아하는 수영(남)도 매일 바닷가로 나간다. 하지만 수영은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의 푸른색을 본 적이 없다. 수영은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수영은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다의 푸른색을 느낀다. 반면 바다가 지겨운 이도 있다. 바닷가 근처 노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인 진석. 진석은 파도 소리를 지겹도록 들었고 바다의 푸른색을 질리도록 보았다. 진석에게 바다란 일상의 소금기가 묻어있는 지루하고 익숙한 풍경이다. 파도 소리가 좋은 해연, 바다의 푸른색이 좋은 수영, 바다가 지겨운 진석. 그들이 한 공간에 있다. 그곳은 극장이다. 그들은 자막과 화면 해설이 포함된 배리어프리 영화를 감상한다. 스크린에는 바다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해연은 영화로부터 파도 소리를 듣는다. 수영은 영화로부터 바다의 푸른색을 느낀다. 노인들 틈에 끼어 다소 못마땅하게 영화를 보던 진석의 얼굴도 생전 바다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호기심 어린 얼굴로 바뀌어 간다. 서로 다른 이들이 같은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는 그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기도 하고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그들 각자의 마음에 행복감이 파도처럼 푸르게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