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강현은 얼마 전 제대한 후배 선우와 함께 북악산을 오른다. 둘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과거 연인들을 소환한다. 그녀들과의 관계는 마치 산길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고, 때론 길을 잃어 헤매기도 하였고, 나무그늘 밑에서 느끼는 바람처럼 시원했으며, 봉우리 위에서 세상을 다 가진 듯 내지른 함성일 때도 있었다. 그렇게 반성문 같은 연애사들을 늘어놓으며 두 사람은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중에 문득 그들 앞을 지나치는 여인에 설레기도 하고, 하산하는 아저씨의 영양가 없는 조언에 힘빠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