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사이트, 데이트 어플 그리고 이미지 공유 SNS 등이 최근 단편영화에 끼친 영향은 만만치 않다. <새삥>도 그 흐름 안에 있다. 이사를 앞두고 집 정리를 하던 혜리는 전 남친 지훈과 신던 커플 운동화를 발견하고 중고 마켓에 내놓는다. 곧장 구매자가 나타났지만, 그는 바로 지훈이다. 그냥 돈과 신발만 교환하면 될 일이지만, 아직 남아 있는 감정의 고리는 그들을 하루 종일 동행하게 만든다. <새삥>은 이미 끝난 로맨스의 후일담 같은 영화다. 한정판 운동화 한 켤레를 매개로, 그들은 근황을 묻고 추억의 장소를 방문하며 함께 차를 마신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 여정을 담아내는 스타일인데, 그들이 만난 낮부터 어둑어둑해지는 밤까지, 이렇다 할 조명 없이 있는 그대로의 하루를 담아낸다. 김예은 배우의 여백 있는 연기가 영화의 톤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