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자막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렇다고 영화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차라리 제목을 살피는 게 도움이 되는데, ‘사갈’(蛇蝎)은 뱀과 전갈의 한자어로 ‘남을 해치거나 심한 혐오감을 주는 사람’을 뜻한다. <사갈>의 주인공은 사채업자다. 우연찮게 연락이 닿은 그는 12년 전 이동우 감독과 대학 영화과를 같이 다녔던 형이다. 사채업자이자 채무자인 그는 도박중독자이기도 해서 진창 같은 삶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그를 찍은 이 영화는 조폭 영화이자 블랙코미디, 때로는 로드무비처럼 보이는데. 주인공의 현실이 비극이라면 이 영화작업은 뭘까. 문득 감독의 자문에 영화는 첫 자막으로 되돌아간다. <셀프-포트레이트 2020>(2020)의 감독 이동우가 내놓은 자기성찰적인 질문이 긴 반향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