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하고,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정석근(59세). 그/그녀는 사적인 자리뿐만 아니라 수업, 학회 등 공적인 자리에도 치마를 입고 나타난다. 나는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비난하려 드는 한국 사회에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그녀의 가족과 주변인들이 궁금하다. 1000배씩 하루를 빼놓지 않고 1000일을 절을 하면서 지혜로워졌다고 말하는 정석근 교수의 부인 최경화(57세)는 ‘남들이 뭐라든 우리끼지 잘살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찌감치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는 큰아들 정우영(27세). 그들은 이제 누구나 부러워하는 가족이 되었다고 한다. 정석근 교수는 요즘 해양수산에 관한 책도 내고 방송 인터뷰도 하느라 한창 바쁘다. 나는 그/그녀와 동행하며 그/그녀의 친구, 학생, 지인, 수산인들을 만난다. 나는 오랜 기간 동안 정석근 교수와 만나면서 그/그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나의 오빠를 생각한다. 오빠는 성인이 되자 집을 떠났고, 우리는 26년간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정석근 교수를 만나면서 오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