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억들, 그날은 연하에게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연하는 그녀가 가진 오랜 버릇 덕분에 온전히 그리고 아주 생생히 그날을 다시 재생중이다. 상연에게 이유를 듣고자, 아니 어쩌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연하의 기대는 아무리 다시 되짚어 봐도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 연하는 언제나 그랬다. 빠진 조각의 퍼즐을 무시한 채 그림을 완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연하가 그날의 파편을 재 조합 하다가 지쳐 갈때 쯤, 아주 가까운 곳에 마지막 조각이 숨어 있었음을 깨닫는다. 연하가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녹음 버튼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