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도(Bardo)는 티벳불교의 종교용어로 죽은 영혼이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잠시 머물며 이승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말한다고 한다. 군대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허원근은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황량한 벌판을 헤맨다. 그리고 거기서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어두운 과거를 둘러보게 된다. 초등학교시절과 똑같은 책상과 칠판, 그리고 자기가 행하는 교육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가차없이 체벌하던 군사독재 시절의 교육자. 그 삭막하고 폭력이 난무하던 교실에서 허원근은 과거와 다르게 저항하던 그는 화염병으로 칠판을 불태우며 그곳으로부터 달아난다. 황량한 교실에서 원근이 도망쳐 도착한 곳은 낡은 공장지대이다. 구불구불한 공장의 좁은 골목길에 도착한 원근은 자기의 품속에 사회주의 사상이론서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그곳을 빨리 벗어나려던 원근은 뒤에 누군가가 쫓아오는 느낌을 받는다. 경찰이 그의 어정쩡한 모습을 보고 그의 뒤를 따라온다. 너무 긴장한 원근은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던 원근의 품안의 책이 떨어진다. 그의 심장소리가 빨라진다. 공장의 소음소리가 커진다. 군부대 앞에서 원근을 면회하기 위해 기다리는 부모님, 하지만 결국 면회를 하지 못하고 돌아선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본 원근은 어머니를 부르며 따라가지만 그 거리를 점점 멀어진다. 그때 울리는 총소리는 원근을 다시 죽음의 바로 직후의 상황으로 돌아간다. 거기서 자신의 죽음을 확인한 원근은 그의 떠도는 영혼을 따라다니던 천사의 손에 이끌려 저승을 길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