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동포 김광호의 인상적인 데뷔작. 육체적, 정신적 천형(天刑)을 안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팔을 잃고 외딴 산기슭에서 혼자 살아가는 철수(Zezhu)는 도피해 온 벙어리 여인 향숙(Xiangshu)과 살게 되면서 아늑함을 느끼게 되지만, 자신이 방치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떠올라 괴로워하게 된다. 김광호는 간결하고 절제된 스타일을 내내 유지하면서 철수의 시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끌고 가고 있다. 이 소박한 스타일이야말로 철수의 심리적 갈등과 고뇌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 매우 효과적이며, 비전문 연기자들의 연기 역시 그러한 영화 스타일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